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심전도·호흡 등 생체신호 분석

한국경제

26일 서울 방배동 럭스나인 본사 연구실.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는 환자 위로 대형 모니터의 꺾은선 그래프가 계속 바뀌고 있었다. 환자가 자세를 바꿀 때마다 모니터 속 그래프가 위아래로 더 요동쳤다. 단순히 누워 있다고 측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가슴에 착용한 ‘바디로그’가 사용자의 자세를 감지해 심전도, 호흡, 체온, 맥박, 산소포화도 등 생체신호를 분석하고 있었다. 김인호 럭스나인 대표는 “고령화로 만성 질환이 증가하는 가운데 환자 상태와 응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원격 진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1년 침대 메트리스 제조기업 럭스나인을 창업한 김 대표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뒤 헬스케어 시장에 눈을 떴다. 김 대표는 3년 가까이 연구개발(R&D)을 통해 건강상태를 가늠하는 지표를 측정할 때 안정적인 자세가 핵심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인체에서 발생하는 심박수, 호흡수 등은 측정 당시의 자세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를 반영한 상태 측정을 통해 심혈관 및 근골격계 질환 징후, 특정 시간대 신체 활력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낙상 및 충돌 감지 기술로 환자가 시기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웨어러블 로봇을 제조하는 위로보틱스는 기기 착용만으로 보폭과 걸음 속도 등 ‘보행 나이’를 평균 15세 이상 젊게 만든다. 위로보틱스는 삼성전자에서 20년 가까이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한 연구진이 창업한 회사다. 1.4㎏의 보행보조로봇 ‘윔(WIM)’을 착용하면 내부 모터 등의 도움을 받아 평지 보행 시 대사 에너지 소모를 약 20% 줄일 수 있다.

다른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이 모터를 좌우에 두 개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한 개만 사용한다. 무게를 줄이고, 소재는 철 대신 직물로 개발해 일상에서 불편함을 줄였다. 이연백 위로보틱스 공동대표는 “나이가 들면 보폭이 줄어들고 근육을 덜 쓰게 되다 보니 건강 상태가 악순환이 된다”며 “윔을 착용하면 사람의 보폭을 넓혀주고 신체 밸런스를 좋게 하는 것은 물론 원래 써야 하는 근육까지 더 자주 사용하도록 해 건강 선순환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위로보틱스는 허리 보조 웨어러블 로봇 ‘윕스(WIBS)’도 시장에 공개했다. 무게 1.5㎏의 윕스를 착용하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근육 부하가 24.8%까지 줄어든다.

소변 소리를 듣고 인공지능(AI)이 질환 중증도를 확인해주는 기술도 상용화됐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사운더블헬스는 사용자가 소변을 볼 때 나오는 소리를 토대로 속도, 양, 지속시간 등을 분석해 번거롭게 병원에 가지 않아도 전립선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