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젊음의 특권 아냐” 중장년 스타트업이 뛴다

조선일보


늘어나는 기술 창업 시니어들

지난 2011년 51세 나이로 침대 매트리스 기업 ‘럭스나인’을 창업한 김인호(64) 대표 역시 올해 CES에서 헬스케어 기기 ‘바디로그’로 혁신상을 받았다. 바디로그는 몸의 기울기와 운동 부하(가속도), 심전도 등을 측정해 낙상을 방지하고 수면 상태와 심장마비를 실시간 감지해준다. 외국계 씰리침대 한국 지사 대표를 지낸 그는 침대 업계 경험에서 바디로그 개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김 대표는 “90살까지 살 텐데 어떤 일을 하면 더 잘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를 수년간 고민하다가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중장년 창업가들의 약진은 온라인 영역에서도 돋보인다.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에게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투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이 대표적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모금 프로젝트를 개설한 사업자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14년 2.5%에 불과했던 50대 이상 비율이 올해 1월 22.7%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40대까지 확대하면 그 비율이 53.3%로 30대 이하 비율(46.7%)을 처음 넘어섰다. 와디즈 관계자는 “오랜 경력의 전문성 자체가 마케팅 효과를 가지다 보니 펀딩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중장년 창업가들이 크라우드 펀딩에 쏠리는 배경에는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민·관 스타트업 지원 정책 상당수가 20~30대 청년 창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벤처 투자도 받기 어렵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2022년 222개의 중장년 기술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장년 기술 창업가들은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창업 자금 확보 어려움(42.3%)’을 꼽았다.


◇40대 기술 창업도 증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기술 창업 시장에서 중장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젊은 층과 중장년층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창업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백재우(46) 하니웰스마트홈케어 대표는 난방 부품 기업을 다니다가 회사를 나와 사물인터넷 기반으로 난방 요금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미터기와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김재한(47) 페스티벌온 대표는 20년간 클럽 DJ를 해온 행사 전문가지만, 2022년 AI 설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작년 22억원의 매출을 냈다. 와이파이와 GPS 신호로 인파가 모이는 장소의 사람 수와 동선 등을 추적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행사 및 구역 관리 AI 설루션이 주력 제품이다. 김 대표는 “원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다가 학업을 접었는데, 창업을 위해 다시 같은 대학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에 복학했다”며 “오랜 기간 행사장을 돌아다닌 경험 덕분에 현장에 적합한 AI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안상현 기자

입력 2024.03.05. 03:00